시가 총액 기준 세계 가상자산 8위까지 올랐던 루나(LUNA)와 테라(UST)가 무너졌습니다. 국내거래소에서 10만원 넘게 거래되던 루나는 일주일 만에 가치가 1원 미만으로 떨어지며 그야말로 휴지조각이 되었습니다. 역대급 코인 붕괴로 전세계 암호화폐 시장도 흔들리고 있습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algorithmic stable coin)'인 루나, 테라는 도대체 왜 이렇게 무너지게 되었을까요? 원인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먼저 '스테이블코인'과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에 대한 사전 지식이 필요합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란?"
- 스테이블 코인 : 코인을 기존 법정통화, 정부 채권, 비트코인과 같이 더 안정적인 다른 자산에 연동(일명 '페깅(pegging)')시켜 가치를 유지. 즉, 안정자산을 담보로 잡음. 현재 대다수 스테이블 코인은 미국 달러에 페깅 되어있음.
-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 별도의 담보없이 알고리즘을 기반으로 공급과 수요를 조절해 안정성 유지.
스테이블 코인과 다르게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별도의 담보를 잡지 않고 '투 코인(two-coin) 시스템'을 기반으로 시장의 공급과 수요에 따라 안정성이 유지됩니다. 루나/테라의 경우 1UST가 1달러 가치를 유지하도록 테라-루나 간 차익거래를 유도합니다. 여기서 주의! 1UST가 1달러라는 뜻이 아니고, '1달러만큼의 가치를 가지는 1LUNA' 라는 것입니다.
만약 테라의 수요가 적어 시장 가격이 1UST = 0.9달러가 된 경우 사람들은 이렇게 할겁니다.
0.9달러를 내고 1UST를 산 다음, 이 1UST를 1달러어치의 루나와 바꿔 0.1달러만큼 차익을 얻는다.
사람들은 이 차익거래로 0.1달러의 이익을 얻었죠. 이 때 알고리즘은 사람들이 원하는만큼 루나를 새로 생성해 발급해주는데 대신 교환에 사용된 테라는 바로 소각합니다. 그럼 시장에 테라 유통량이 줄어드니 다시 가격이 1달러로 끌어올려지게 됩니다. 반대의 경우는요?
만약 테라의 수요가 많아 1UST = 1.1달러가 된 경우 사람들은 이렇게 할 겁니다.
1달러어치의 루나를 산 후, 이걸 다시 1.1달러의 테라로 바꿔 0.1달러의 차익을 얻는다.
이 때 알고리즘은 테라는 새롭게 생성하고, 테라로 바꾸는 데 사용된 루나는 소각합니다. 그럼 테라의 수요가 늘어나니 테라의 시장 가격이 다시 낮아지게 됩니다.
"그래서 왜 루나/테라가 폭망하게 된거죠?"
루나/테라의 알고리즘은 잘 작동되어 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금리 인상에 따른 시장 위축으로 암호화폐 가격이 일제히 하락하고, 또 갑자기 일어난 루나, 테라 대량 매도로 인해(그 원인은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테라의 1달러 페그가 붕괴하게 됩니다.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은 두 코인의 가치가 동시에 떨어지게 되는 경우 안정화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앞서 말했듯 두 코인 간 '차익 거래'가 발생해야 수요와 공급이 조절되며 1달러 페그가 유지되는데, 만약 두 코인의 가치가 동시에 떨어진다면 시장은 루나를 적극적으로 사지 않을 것이고, 이에 따라 테라의 가치도 반등할 수 없습니다. 그냥 둘 다 끝도없이 추락하게 되버리는 것이지요.
이런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루나,테라 개발진들은 테라를 예치(staking)하면 연 20% 이자를 무조건 보장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실제로 대부분 이 연 20% 이자 때문에 테라를 예치하였죠.
"근본적인 원인은 어디에 있나요?"
암호학, 사이버보안 전문가이자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인 김승주 교수는 이렇게 엄청난 사태가 발생하게 된 배경에는 아래 네 가지 원인이 있었다고 지적했습니다.
1. 구조적 결함
라이언 클레멘츠(Ryan Clements)는 논문을 통해 테라와 같은 비담보 스테이블 코인은 ‘미래 시장 가치에 대한 기대’와 같은 무형의 담보를 바탕으로 동작하기 때문에 전혀 안정적이지 않으며, 부러지기 쉬운 영구적인 취약성이 존재한다고 밝혔습니다. 즉,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자체가 가지는 구조적 결함이 크다는 것입니다.
2. 업계 전반의 자정 기능 부재
이전에 IoT 특화 암호화폐인 IOTA 의 기술적 결함을 MIT 미디어랩에서 아주 맹렬하게 공격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해외의 경우 블록체인 기술 컨퍼런스가 자주 개최되고, 문제가 있을 경우 서로 서로 비판하는 등 자정 시스템이 잘 작동되고 있는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네트워킹에서만 그치게 되는 경우가 많다고 합니다.
3. 투자자의 눈을 가린 무분별한 언론과 최고경영자의 오만
국내 주요 언론들은 루나, 테라 관련 위험성은 배제한체 “시총 100조원을 돌파한 코인, 알고 보니 한국산”, “한국인이 만든 루나 코인으로 인생이 바뀐 전 세계 루나 백만장자들”과 같이 긍정적인 기사 보도에만 집중했습니다. 투자자들은 혹 할 수 밖에 없었죠. 또한, 테라폼랩스의 CEO인 권도형 대표는 SNS를 통해 투자자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팬덤을 구축했는데요, 본인을 비판하는 전문가나 경쟁자들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을 할 시간에 위험성에 대해 한 번 더 검토해보는 게 어땠을지..)
4. 손 놓고 있었던 정부
현재 우리 정부는 여론의 눈치를 보며 미국과 같은 해외 블록체인, 암호화폐 규제에 어느 정도 맞추어가는 정도의 수준이라고 합니다. 앞으로 관련 규제가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되더라도 정부가 최소한의 안전장치가 무엇인지 사전에 고민하고, 이에 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하는데 지금으로써는 정부가 손을 놓고 있다는 말밖에는 할 수가 없습니다.
*네거티브 규제 : 기업에 광범위한 자율을 보장하는 대신 기업 스스로 자신이 처한 위험을 분석하고 그와 관련해 적절한 소비자 보호 대책을 알아서 세우도록 하는 규제 방식
결론
이번 루나/테라 사태는 폰지 사기라는 거센 비판을 받으며 루나/테라 코인은 물론이고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 자체에 대한 엄청난 신뢰도 하락을 가져왔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도 여러 알고리즘 스테이블코인이 생겨날 것입니다. 우리나라의 블록체인, 암호화폐 업계가 서로의 기술에 대해 자유롭게 비판하고, 이를 바탕으로 더 안전한 기술을 탄생시킬 수 있는 자정문화가 빠른 시일 내에 자리 잡을 수 있길 바랍니다. 또한, 코인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이야기하는 언론, 겸손한 자세로 본인이 가진 기술의 결함을 빠르게 파악해 해결하는 경영자,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하더라도 관련 문제와 대책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민하는 정부가 되어 또 다시 이런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투자자들 역시 무분별한 투자가 아닌, 본인이 투자하는 코인의 기술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투자를 해야겠습니다.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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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코인 붕괴' 왜 발생했나…루나 사태 A to Z [긱스]
[MK TECH REVIEW] 탈중앙화는 신기루일까…테라 폭락 충격에 휘청거리는 웹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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